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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와 놀보에 대한 사색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음식점 간판, 마을 이름을 보면 간혹 '흥부 놀부'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판소리 창에서는 '흥부 놀부'보다는 대부분 '흥보 놀보'라 하는데 '흥보 놀보'가 더 맞는 발음이다.
‘흥보 놀보’는 잠보·깜보·겁보·먹보·뚱보·울보·꾀보·갈보·털보·바보·밥보·욕보·느림보와 동일한 방식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보'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자, 아무개를 뜻한다.
본래는 바보, 흥보가 맞는 발음인데 바보가 나중에 바부로 변화되어 불리기도 했듯이 세월이 지나면서 흥보가 흥부로 변형되어 불린 것이다.
그래서 근대 판소리 자료 중에 간혹 '흥부가'라고 적혀있는 음반, 인쇄물이 있다.
근래에 유행하는 ‘듣보’는 여러 뜻으로 쓰이는데 한국 고유의 언어 표현법으로 보자면 음악애호가·귀명창이라 할 수 있다.
의미는 일부 다르지만 듣보도 결국 흥보·놀보·잠보·깜보·겁보 같은 말을 즐겨 써온 한국인 잠재의식에서 자연스레 뿜어져 나온 듯하다.
‘흥보 놀보’는 애초에 흥보(興甫)와 망보(亡甫)로 호칭될 수도 있었는데 왜 흥보, 놀보가 되었을까.
놀보가 일시적으로 망하기는 하지만 흥보가 도와줘서 망하지 않고 인생을 일관되게 두 다리 펴고 놀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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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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